들어가며
전번에 호주 부동산 관련 용어를 알아보았는데 오늘은 그 용어가운데 우리나라와 약간 다른 제도를 더 자세히 알아보고자 합니다. 호주의 부동산 시장은 경제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와 관련된 가장 많이 논의되고 때로는 논란이 되는 주제 중 하나가 네거티브 기어링(Negative Gearing) 시스템입니다. 네거티브 기어링(negative gearing)은 호주 부동산 투자 환경을 형성하는 중요한 세금 전략으로, 호주 부동산 투자자들 사이에서 널리 사용되며 주택 가격, 세금 정책, 부의 분배에 미치는 영향 때문에 많은 논쟁의 대상이 되어 왔습니다. 오늘은 네거티브 기어링(Negative Gearing)의 메커니즘, 역사, 경제적 효과, 이를 둘러싼 정치적 논쟁, 그리고 다른 국가들의 정책과 비교한 내용을 다루고자 합니다.
1. 네거티브 기어링이란(Negative Gearing)?
네거티브 기어링은 투자 부동산을 소유하고 관리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대출 이자, 관리비, 유지 비용, 감가상각 비용 등)이 해당 부동산에서 발생하는 임대 수입을 초과할 때 발생하는 현상입니다. 호주에서는 투자자가 네거티브 기어링으로 인해 손실을 입으면, 그 손실을 과세 소득에서 공제하여 세금 부담을 줄일 수 있습니다. 이는 정부가 투자 비용의 일부를 보조하는 셈입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상황을 가정해 보겠습니다.
- 투자자가 대출을 통해 부동산을 매입하고 연간 $20,000의 임대 수입을 얻습니다.
- 부동산 유지에 필요한 비용(대출 이자, 유지비 등)이 연간 $30,000입니다.
- 투자자는 $10,000의 손실을 입게 되며, 이는 과세 소득에서 공제되어 세금 부담을 줄일 수 있습니다.
★ What is negative gearing, how does it work and does it increase house prices?(자세히 설명되어 있음) -
https://www.abc.net.au/news/2024-04-02/what-is-negative-gearing-why-is-it-controversial/103489372
What is negative gearing? Why is it so controversial?
Terms like negative gearing and capital gains tax sound complicated but you shouldn't be put off by the financial jargon. You don't need to be a money expert to understand what they mean.
www.abc.net.au
2. 호주 네거티브 기어링 역사(History of Negative Gearing)
네거티브 기어링은 수십 년간 호주의 세제의 일부였으며, 그 기원과 재도입은 현대 세금 논쟁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이 제도는 20세기 초반부터 세금 규정의 일부로 허용되었지만, 1980년대에 들어서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1985년 호크-키팅(Hawke-Keating) 정부는 투자 부동산에 대한 네거티브 기어링을 금지했으나, 시드니와 같은 주요 도시에서 임대료가 급격히 상승하자, 대중과 부동산 업계의 압박을 받아 1987년에 네거티브 기어링을 다시 도입했습니다.
그 이후로 이 제도는 거의 변하지 않고 유지되었지만, 특히 주택 가격의 부담과 부의 불평등 문제가 부각될 때마다 정치적 논쟁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네거티브 기어링의 지지자들은 이 제도가 주택 투자, 건설, 일자리, 그리고 광범위한 경제를 지원한다고 주장합니다. 반면 비판자들은 이 제도가 부동산 시장을 왜곡시키고 주택 가격을 상승시키며, 주로 부유한 호주인들에게 이익이 돌아간다고 주장합니다.
3. 네거티브 기어링의 경제적 영향(The Economic Impact)
A. 주택 공급과 건설(Housing Supply and Construction)
네거티브 기어링을 지지하는 주요 논거 중 하나는 이 제도가 주택 공급을 촉진한다는 것입니다. 투자자들이 임대 부동산을 구입하거나 건설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주택 수요가 증가하고, 이는 건설 활동을 촉진하며 건설업과 관련된 여러 산업에 일자리를 제공합니다.
하지만 비판자들은 네거티브 기어링이 주로 기존 주택을 구입하는 투자자들에게 혜택을 준다고 주장합니다. 이는 새로운 주택을 건설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주택에 대한 경쟁을 촉진시키며, 제한된 주택 재고를 두고 경쟁이 일어나게 되어 주택 가격이 상승하고, 결과적으로는 첫 주택 구매자들이 시장에 진입하기 어려워집니다.
B. 부동산 가격과 주택 부담 능력(Property Prices and Affordability)
호주에서 주택 부담 능력은 특히 시드니와 멜번과 같은 주요 도시에서 점점 더 큰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주택 가격이 지난 몇 십 년간 급등하면서 많은 비판가들은 네거티브 기어링이 투기성 부동산 투자를 촉진해 주택 가격을 상승시키는 요인 중 하나라고 주장합니다.
투자자들은 단기적으로 손실을 보더라도(이를 과세 소득에서 공제할 수 있으므로) 부동산에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로 인해 첫 주택 구매자나 중저소득층은 부동산 구매 경쟁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됩니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네거티브 기어링과 자본 이득세 혜택이 투자자들에게 유리한 주택 시장을 형성하여 주택 소유보다 임대 수익을 추구하는 현상을 촉진했다고 합니다.
C. 부의 분배와 세금 정책(Wealth Distribution and Tax Policy)
네거티브 기어링은 세금 제도에서 역진적 효과를 가져오며, 이는 부유한 호주인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줍니다. 호주 국세청(ATO)의 자료에 따르면, 고소득자들이 투자 부동산을 소유할 가능성이 높고, 네거티브 기어링으로 인한 손실을 더 많이 공제받습니다. 실제로 상위 소득자들은 네거티브 기어링 손실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이를 통해 상당한 세금 혜택을 누리고 있습니다.
반면 저소득층에게는 네거티브 기어링의 혜택이 거의 없으며, 많은 경우 부동산 투자 시장에서 완전히 배제됩니다. 이로 인해 이 제도는 고소득자들이 부동산 투자를 통해 더 많은 부를 축적할 수 있게 하고, 저소득자들은 주택 소유에 접근하기 어려워져 부의 불평등을 악화시킨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4. 네거티브 기어링을 둘러싼 정치적 논쟁(Political Debate Surrounding Negative Gearing)
네거티브 기어링(Negative Gearing)은 호주 정치에서 뜨거운 논쟁 주제 중 하나이며, 다양한 정당들이 이 제도의 개혁이나 폐지를 제안한 바 있습니다. 논쟁은 주로 주택 부담 능력과 세금 공정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A. 노동당(ALP)의 입장(The Labor Party’s Stance)
호주 노동당(ALP)은 역사적으로 네거티브 기어링(Negative Gearing) 개혁을 지지해 왔습니다. 2016년과 2019년 연방 선거에서 노동당은 네거티브 기어링을 신축 주택에만 적용하도록 제한하는 방안을 제안했습니다. 즉, 기존 주택에서 발생한 손실에 대해 더 이상 세금 공제를 받을 수 없게 하려는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개혁의 목적은 신축 주택에 대한 투자를 장려하여 주택 공급을 증가시키고 주택 가격을 안정화시키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노동당의 제안은 연합당(자유당 및 국민당)의 강력한 반대와 부동산 업계의 저항에 부딪혔습니다. 반대자들은 네거티브 기어링을 제한하면 부동산 가치가 급격히 하락할 것이며, 이는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결국 노동당은 두 번의 선거에서 패배했고, 네거티브 기어링 개혁안은 시행되지 않았습니다.
▶ Debates Over Negative Gearing Changes -
https://www.youtube.com/watch?v=V9CVTmw2LZY
B. 연합당의 입장(The Liberal-National Coalition)
자유-국민 연합당은 지난 20년 동안 대부분의 기간 동안 집권했으며, 대체로 네거티브 기어링(Negative Gearing)을 지지해 왔습니다. 연합당은 이 제도가 주택 투자를 장려하고 건설업을 지원하며, 주택을 구입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임대 주택을 제공한다고 주장합니다.
네거티브 기어링을 옹호하면서 연합당은 이 제도를 개혁하면 부동산 가격 하락, 임대료 상승, 주택 건설 둔화 등의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들은 경제학자들과 주택 전문가들에 의해 반박되었으며, 네거티브 기어링 개혁의 결과는 그 시행 방식과 당시 부동산 시장 상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합니다.
▶ Dutton, Shorten weigh in on the negative gearing debate -
https://www.youtube.com/watch?v=QTcyHBW4RAs
5. 다른 나라들과의 비교(Comparisons with Other Countries)
네거티브 기어링(Negative Gearing)은 호주에만 존재하는 제도는 아니지만, 다른 나라들과 비교했을 때 그 규모와 방식이 다릅니다.
A. 미국
미국에서는 부동산 투자자가 임대 부동산에서 발생한 손실을 소득에서 공제할 수 있지만, 공제할 수 있는 금액에는 엄격한 한도가 있습니다. 미국 투자자는 연간 최대 $25,000까지 손실을 공제할 수 있으며, 이 손실은 부동산에서 발생하는 소극적 소득에만 공제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투자자가 부동산 전문가로 분류될 경우에는 이러한 제한이 완화됩니다. 이는 호주와 달리 손실 금액에 대한 상한선이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됩니다.
B. 영국
영국은 최근 몇 년 동안 네거티브 기어링(Negative Gearing) 정책을 크게 개혁했습니다. 2017년 이전에 영국의 부동산 투자자들은 대출 이자의 전액을 임대 소득에서 공제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후 영국 정부는 이 혜택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대출 이자에 대해 20% 세금 공제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전환했습니다. 이러한 개혁은 투기성 부동산 투자 억제와 주택 부담 능력 향상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C. 뉴질랜드
뉴질랜드에서도 네거티브 기어링(Negative Gearing)이 허용되지만, 정부는 이를 억제하기 위한 여러 조치를 도입했습니다. 2019년 뉴질랜드 정부는 투자 부동산에서 발생한 손실 공제를 금지하여, 부동산 투자자가 더 이상 임대 손실을 소득에서 공제할 수 없도록 했습니다. 이는 주택 시장을 진정시키고 첫 주택 구매자들에게 주택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었습니다.
6. 호주 네거티브 기어링의 미래(The Future of Negative Gearing)
호주에서 네거티브 기어링(Negative Gearing)의 미래는 불확실합니다. 이 시스템은 수많은 개혁 시도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유지되어 왔지만, 주택 부담 능력과 부의 불평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향후 개혁의 필요성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최근 COVID-19 팬데믹 동안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네거티브 기어링(Negative Gearing)에 대한 논의가 다시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금리가 상승하고 주택 부담 능력이 악화됨에 따라, 향후 정부는 네거티브 기어링의 현재 세금 처리를 재고할 압박을 받을 수 있습니다.
네거티브 기어링의 개혁은 의도하지 않은 결과(예: 부동산 가치 급락이나 임대료 상승)를 피하기 위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합니다. 정책 입안자들은 또한 투자자, 첫 주택 구매자, 임차인, 그리고 더 넓은 경제의 이익을 조화롭게 고려해야 합니다.
마치면서
네거티브 기어링(Negative gearing)은 수십 년간 호주의 부동산 시장과 세제의 중심적 요소였습니다. 이 제도는 부동산 투자자, 특히 고소득자에게 상당한 혜택을 제공하지만, 주택 부담 능력과 부의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비판도 받고 있습니다. 네거티브 기어링을 둘러싼 정치적 논쟁은 주택 시장 조건이 변화함에 따라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호주가 금리가 상승하고 인구 변화 및 주택 수요 변화와 같은 급격한 경제 환경에 직면하면서, 네거티브 기어링(Negative Gearing)의 역할은 향후 세금 정책과 부동산 투자 논의에서 중요한 주제로 남아 있을 것입니다. 이 제도가 계속 유지될지, 아니면 미래에 개혁될지는 여전히 불확실하지만, 호주 부동산 시장의 역학에 계속해서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